4. 카이랄성 의약품
과거에는 이러한 카이랄성을 지닌 유기물질은 의약품으로 복용할 때 특히 주의했어야 했습니다. 카이랄 의약품의 대표적인 예로 1957년에 등장한 '탈리도마이드'라는 성분이 들어간 독일의 입덧 완화 약이 있었는데, 이 약은 임상실험을 통해 무해하다는 판정을 내린 후 시중에 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복용한 임산부들에게서 기형아들이 태어나는 부작용으로 인해 판매 금지 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. 이때 탈리도마이드가 부작용을 발생시킨 이유가 바로 탈리도마이드의 '거울상 이성질체'였습니다. 탈리도마이드 분자는 두 가지 광학 이성질체의 형태를 가지는데, R형은 진정 및 수면작용이 있는 반면 S형은 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었던 것입니다.
원래 이처럼 여러 이성질체의 형태를 갖는 약물들은 보통 한 쪽의 이성질체만을 사용하거나, 효과를 보이는 쪽만 분리하여 사용합니다. 하지만 탈리도마이드의 경우 한 쪽 이성질체만 복용해도 체내에서 다른 이성질체로 상호 전환되는 케이스였기 때문에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난 것입니다. 이 사건을 계기로 세간의 '거울성 이성질체'에 대한 관심은 더욱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.
5. 비대칭 유기 촉매
그리고 2000년, 베냐민 리스트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교수와 데이비드 맥밀런 미국 프리스턴대 화학과 교수는 이러한 거울성 이성질체 분자들 중 원하는 분자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'비대칭 유기촉매'를 만들어내어 2021년 10월 노벨화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. 그들이 개발한 유기촉매는 현재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. |